[인터뷰] 巫女서유정 ‘신을 향한 영혼의 몸짓, 사진으로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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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巫女서유정 ‘신을 향한 영혼의 몸짓, 사진으로 담아내다’
  • 정정숙 기자 sisa2018@daum.net
  • 승인 2019.08.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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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저널] 정정숙 기자 = 무당이란 상고시대 때부터 제천의식을 담당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민중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고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며 고래(古來)로부터 지금껏 우리 곁을 지켜왔다. 외래종교의 범람과  사회의왜곡된 부정적 사고에 의해 현재는 천시받는 실정이지만, 부모, 형제, 친구 등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가슴 앓이 사연들을 들어주고 풀어주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정신적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무당의 의식인 ‘굿’ 의 순기능을 외면하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우리 사회의 확정편향적(Confirmation Biase) 사고를안타깝게 여긴다는 함경도망묵굿보존회 회장 서유정 만신은 그래서 사진집<아첼레란도(Accelrando)>의 발간이 한국사회의 그릇된 저변의 의식을 환기시키고 해소시키는 데 도움되고자한다고 밝혔다.

巫女의몸짓, 카메라 앵글에담다 <아첼레란도(Accelrando)>는 서유정 만신의 1년간의 여정을 담아낸 사진집이다. 굿 의식 을 치르는 다양한 여정 들 속에 포착되고 클로즈업된 만신의 표정들. 그 속에는 희로애락(喜 怒哀樂)과  애오욕(愛惡欲)의칠정(七情)이 모두 담겨있었다. 신을 모시는 경건한 의식(儀式)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때로는 익살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자 애롭기도 하며 때론 신비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친근한 이웃같은 모습들이 바로 서유정 만신이 생각하는 ‘무녀(巫女)의 참모습’ 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에그녀가 모델을 허락하고 기꺼이 카메라 앵글의 피사체가 되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라며 모델 경험이 전혀없는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큰 욕심이 없었다고 서유정 만신은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함경도망묵굿보존회 회장으로서 망묵굿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두는것이 명맥을 잇기위한 소명임을 느끼면서 직업모델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굿의식을 행하면서 맴돌이를 했다고 말했다.

맴돌이는 무당들이 왼쪽으로 회전하며 의식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우주의 기 (氣)를 받아들여 저승과 이승을 넘나들며 살아있는 자들에게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는 의미로, ‘점점 빠르고 세게’ 회전하는 서유정 만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바로 아첼레란도(Accelrando)이다. “제 몸에 신(神)을 실어야 하는 데 카메라 후레시가 터지면 작은 불빛에도 놀라 매 번 접신의 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델경험이 없기는 신(神)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라며 서유정 만신은 모델로서의 여정으로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서, 아니 신을 몸에 실어야 하는 무녀로서 모델의 역할은 더욱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를 쫓는 앵글과 후레시에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더욱 열정적으로 망묵굿의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애쓴 모든 여정을 사진집의 출간으로 보상받았다며 미소짓는 모습을 보며, 비록 신을 모시는 무녀지만 작은 것에도 웃을 줄아는 그녀가 바로 우리의 이웃이며 언니며, 어머니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한국무속해외 문화첨명역할

서유정 만신의 표정과 신을 향한 몸짓을 담은 사진집<아첼레란도> 에는 몽골과 바이칼 등지에서의 모습도 함께 곁들여져 있다. 해외의 무속신앙에대해 “신을 향한 의식을 치를 때 저희가 좀더 세심하고 섬세하게 치르는 차이뿐 신을 숭배하는정신과 뿌리는 비슷합니다.” 라며 그녀는 몽골과 바이칼의 무속신앙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굿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라며 “웃고 즐길 수 있는 굿, 잠깐의 울음이 있고 다시 웃을 수 있는그런 굿을 보여주기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라고 해외에서 한국무교를 알리기 위해서는 종교적인 측면으로서 굿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문화적 측면으로 한국적인 굿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한국무속을 알리는 데 일조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녀는 몽골과 바이칼 등지에서는 샤먼(무속인)에 대한 예우가좋다며 “배를 탈 때 다른사람보다 먼저 배를 태워주기고 하고 공항에서는 검사도 간단히 하고 통과시켜 주셨습니다” 라며 아직 그곳에는 무속신앙에 대한 경외심이 더 많이 존속되고 있다며, 낮게 평가되는 한국의 무속신앙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함경도망묵굿의 진정의 의미

함경도망묵굿은 함경도 지방의 사령(死靈)굿으로 ‘망묵이굿’ 또는 ‘망령굿’ 이라고도 하며, 밤낮으로 일주일 동안 행하는 대규모 굿이다. 함경도망묵굿보존회의 회장이기도 한 서유정 만신은 망묵굿에 대해 “망자의 넋을 달래는 굿입니다. 혼백이 좋은 곳으로 빨리 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상여가 나가면서 시작됩니다. 저승에 갈때는 아무도 같이 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먼저 갔던 친구들이 같이 와서 불을 밝히며, 노래를 부르며 동행해 주는 굿입니다.” 라며 망묵굿을 하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혼자 갈 수 밖에 없는 외로운 저승길에 동행자를 불러와 혼백이 놀라지 않고 웃으면서 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함경도망묵굿. 이 망묵굿의 무녀야말로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남은 자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좋은곳으로 갈수 있게 기원하는 바람을 들어 주는 가장 근원적인 해원상생(解寃相生)의 무속정신을 잇는 진정한 사제(司祭)들이라 할 수있겠다.

함경도망묵굿보존회 회장인 서유정 만신은 망묵굿 자체가 대규모 굿이기 때문에 굿을 익히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망묵굿 전수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제가 전수하고 싶다고 해도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해야 되는 과정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북한지역인 함경도의 굿이기 때문에 망묵굿에 대한 가치가 절하되고 보존 의지가 적어 맥을 이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희미해져 가는 명맥을 자신만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 척 안타깝다고 서유정 만신은 이야기 했다.

‘생전 네 이웃과 잘 지냈느냐?’

영화 <신과함께>에서는 망자에게 일곱 가지의 죄를 묻는 과정이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바로 부모에게 저지른 죄를 묻는 천륜지옥에서의 장면이었다. 하지만 망묵굿 속에서는 천륜죄 보다 이웃에게 행한 죄를 더 중히 묻는다고 한다. “굿을 하다 보면 죄를 묻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중 주변 사람들과의 우애를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남을 험담하고 탐한 것을 큰 죄로 다스립니다” 라며 자신이 잇고 있는 망묵굿만의 매력이 바로 친구나 이웃에게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서유정 만신은 웃으면서 설명했다. 미국 링컨대통령은 ‘불혹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져라’ 라는말을 했다. 이런 망묵굿만의 독특한(?) 정신을 계승한 때문인지 서유정 만신의 표정은 늘 온화하고 너그러워 보인다. 나아가 ‘굿 공연’ 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대중에게, 이웃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 열중인 이유도 이같은 망묵굿만의 ‘이웃사랑’ 정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서유정 만신은 대구(홍련사)와 서울(류화신당) 두 곳에 신당을 모시고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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